개인적인 FIRE족 정의
이전 6일 휴가+2주 자가 격리(회사 자체 지정)로 토털 3주 동안 회사를 안 갔다. 현재는 그 3주의 마지막 밤이며, 이제는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와야 한다. 어찌 보면 이것이 FIRE(경제적 자유)족 삶의 체험판일 수도 있었다. 왜냐면 월급은 그대로 들어왔기 때문이다. 그럼에도 유사 FIRE족이라 한 이유는 아직 자산 상태가 제대로 형성도 안되었으며, 아직 초년생 월급이라 경제적 자유를 이룰만한 월 현금흐름보단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.
사실 FIRE족이라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살 수는 없다. 항상 노는 것은 노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. 예를 들어 교사처럼 연금이 풍족하게 나오는 사람들은 60세 이후 경제적 자유를 이룬 것이나 다름없다. 회사에 실거주 부동산 + 월세 세팅 + 풍족한 개인 연금으로 퇴직하시는 분들도 보인다. 그러나 다들 퇴직 후 어떤 일을 하며 살지 굉장한 고민을 안고 산다.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다. 결국, 회사에 없더라도 무언가를 지속해야 삶의 동력을 얻는 것인가 생각하게 되었다.
따라서 개인적으로 FIRE족의 정의를 내리자면 "내 시간을 내 맘대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"이다. 그래서 F.I.R.E. 중 RETIRE EARLY의 정확한 의미는 퇴사하고 증식한 자산 또는 그의 제반된 현금 흐름을 활용하여 "비교적 시간이 자유로우며, 회사보다는 에너지를 덜 써도 되는 직업"으로 바꾼 사람이 된 것이라고 나름의 결론을 내려보았다.
3주 동안 회사 출근 안 하고 느낀 점
1. 회사 안 가는 것은 생각보다 정말 좋다.
왜냐면 원래 나는 또래들에 비해 FIRE족? 또는 얼른 회사 그만두고 경제적 자유 이루는 것? 자체에 부정적이었다. 회사 자체가 사회에서 소속감을 주기도 하고, 남는 시간에 뭐 할지도 되게 애매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. 그래서 만약 투자를 통해 40대에 큰 부를 이룬다면 그냥 압구정 현대아파트 살면서 출퇴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. 내가 투자 좀 관심 있다 보니, 회사 동료 몇몇이 돈 많이 벌고 퇴사할 거냐고 물어보면 항상 저렇게 답했기 때문이다. 그런데, 그 생각이 틀렸다! 그렇지만, 회사에는 비슷한 종류의 대화를 한다면, 원래처럼 압현살면서 정년까지 채우고 싶다고 여전히 말하는 게 사회생활에 이로울 것 같다.
근데 회사 안 가니깐 그냥 좋다. 생각보다 되게 좋다. 회사는 금방 잊었다. 일정하게 일어나서 운동하고, 하고픈 거 하고, 집에만 있으니 간식도 잘 안 먹고 먹을 만큼만 적당량 식사할 수 있고, 정말 건강해지는 기분이다. 내 마음대로 시간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다. 정말 좋은데 이유를 단 두 문장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너무 슬프다.
여하튼 내일 회사 가기 싫다. 정확히는 귀찮다.
2. 집안일로 파생되는 제약은 생각보다 많다.
혼자 사는 게 아니라 가족과 살기에 더더욱 그런 것 같다. 혼자만의 루틴으로 식사 준비를 최소화하거나 원할 때 미루거나 그런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. 뭔가 하고 싶을 때 원치 않게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 싫다. 둘이서 분담해서 했는데, 내가 많이 한 편도 아니라서 더욱 크게 느꼈다. 결혼 후, 세무사나 CPA 같은걸 준비한다거나, 무슨 대학원을 준비한다거나, 특히 무슨 애 낳고 육아휴직 3년 쓰고 한다거나 그럴 결심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.
3. 자기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.
초반 열흘 정도는 오전 8~9시 기상, 새벽 1시 전 취침. 운동 1시간~1시간 반. 오전부터 생산적인 활동. 이 루틴을 지켰을 때 만족감이 컸다. 그러나 개인적인 멘털 흔들림 등으로 좀 늦게 자게 되고, 그러고 늦게 일어나고, 오전은 그냥 쌩으로 날리고, 새벽에 잠 안 와서 뒤척이고... 그렇게 되니깐 효율성이 급격하게 떨어진다.
효율성보다 더 나쁜 것은 누워서 들어갔던 핸드폰 창 자꾸 들어가고, 유튜브나 생각 없이 보며, 괜한 자괴감과 맥 빠짐이 가장 큰 문제다. 일부러 게임을 시작 안 하긴 했는데, 이거마저 했다면 더욱 걷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. 정신건강을 위해 삶의 루틴을 지키는 것은 참 중요하다. 새벽 6시에 잠들고 오후 1시에 일어나는 삶이라도, 어떤 방식으로든 루틴을 지키고, 운동을 병행해야 함은 필수일 것이다.
그러나
몇 년 전, 지방 근무할 때도, 처음 한 달은 잘 지냈다. 새로운 사람도 어찌어찌 잘 지내보려고 노력하고... 성심당도 자주 가면서 튀김소보로뿐만 아니라 이것저것 온갖 빵 섭렵하는 재미도 있었고, 이글스 파크도 놀러 가고 등등. 노잼 도시라고 하는데, 노잼이라는 게 평화롭게 살기 좋은 투자 가치 있는 동네라는 뜻이라고도 생각한다. 그러하여 처음 한 달까지는 살기 좋았다.
그러나, 평화로움과 한적함은 시간이 흐르면 외로움과 소외감으로 치환되어 다가온다. 지난 3주 간의 휴가+자가격리 생활이 어찌 보면 종전에 겪었던 워라밸 좋은 지방 근무와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. 당장은 행복하고 좋았지만, 길게 지나면 어찌 될지는 또 모르는 일이다.
결론적으로, 생각보다 회사 안 다닌 게 무지무지 좋다는 것은 확실히 느꼈다. 그러나 한번 저지르면 되돌릴 수 없는 퇴사는 항상 신중할 일이다. 열심히 자산 증식을 한다거나, 혹은 또 다른 고민이 올 때, 절대 3주 간의 체험으로 함부로 퇴사를 결정지으면 안 되겠다고 다짐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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